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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히말라야 여행기
sophie3 조회수:106 59.13.34.157
2026-03-06 13:56:10

안녕하세요^^

2019년 2월, 히말라야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를 다녀왔습니다.

포카라 여행사 통해 좋은 포터를 만나, 안전하고 건강하게 다녀왔습니다.

여자 둘이 떠나는 거라 걱정이 많았는데 잘 지원해주셨던 기억이 나네요.

딱 2년이 된 기념으로 후기를 남겨봅니다.

코로나가 어서 끝나고 함께 할 날을 기다려 봅니다^^

히말라야, 내 인생의 여행지.

'히말라야' 하면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시나요? 위험하다? 사서 고생? 황정민? 모르긴 몰라도, 대부분 특별한 모험을 예상하실 것 같습니다. 그런데 그 높은 곳에서도 평범한 일상은 반복됩니다. 오전 일곱 시 숙소를 출발해서 오후 두세 시까지 걷는 일정이 반복되었죠. 어쩌면 여행을 떠나기 전 일상만큼이나 단조롭습니다.

그럼에도 히말라야는 저의 인생 여행지가 되었습니다. 히말라야산맥을 걸으며 지나간 일상에 감사하게 되었고, 제 자신과 이야기 나눌 용기를 내었거든요.

일상을 돌아보다.

영화 '소울'을 보셨나요? 픽사에서 만든 애니메이션으로, 인기리에 상영중입니다. 줄거리는 이렇습니다. 영화의 주인공이 맨홀에 빠지면서 지구로 오기 전 단계인 '태어나기 전 세상'으로 돌아가고, 다시 자신의 몸으로 돌아오기 위해 애쓰는 과정에서 평범한 일상의 소중함을 발견하게 되는 이야기입니다. 코로나19로 일상을 잃은 관객들은 영화를 보며 많은 위로를 받고 있습니다.

네팔에 '달밧'이라는 전통 음식이 있습니다. 한국으로 치면 밥, 국, 그리고 반찬이에요. 특별할 것 없는 식사입니다. 그런데 히말라야 산행 중 먹은 달밧은 그 어떤 맛집에서 먹은 음식보다도 기억에 남습니다.

정상을 찍고 내려오던 때였습니다. 눈이 많이 내린 탓에 제대로 걸을 수가 없었어요. 무심하게 걸어가는 포터의 뒷모습이 원망스럽기 그지없었습니다. 마음속으로 'Let it go'를 반복하며 여기가 겨울왕국이다라고 주문을 외운 끝에, 마침내 식당에 도착했습니다. 그리고 마주한 달밧은... 기막히게 맛있었습니다. 허겁지겁 먹는 저의 모습에, 직원은 씩 웃으며 밥을 한 공기 더 내왔습니다.

한국의 일상에서 음식의 맛을 이처럼 뚜렷하게 느낀 적이 있었을까요. 네팔에서는 그저 눈길을 뚫고 때맞춰 밥먹을 수 있음에 감사했습니다. 매일같이 흘려보내던 일상이 이토록 소중하다니요. '소울'의 주인공 조 가드너가 길거리의 낙엽, 피자 한 조각을 떠올리며 눈물을 흘렸듯이, 네팔에서 저는 푸짐한 점심 한 끼에도 벅차올랐습니다.

나를 바라보다.

노르웨이의 탐험가로서 세계 최초로 남극, 북극, 에베레스트를 정복한 엘링 카게는 '자기만의 침묵'에서 말합니다. 현재의 내 삶에 완전히 몰입하기 위해서는 침묵을 해야 한다고. 메시지를 보내고 영상을 보는 대신, 세상을 잠시 차단한 후 스스로에게 집중하자고.

말라야서는 네트워크를 쓸 수 없습니다. 숙소에서는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지만 걷는 동안은 세상과 단절됩니다. 누군가와 연락할 수 없다는 사실은 때론 답답하지만, 모종의 해방감을 주기도 합니다. (팀장님 죄송해요) 외부의 자극 없이 그저 걸으며, 저는 내면을 바라보았습니다. 왜 나는 다른 사람의 말과 행동에 예민하게 굴었을까. 왜 내가 좋아하는 일이 무엇인지 진정으로 고민하지 않았을까 등등. 그 동안 내버려두었던 자신과 마주할 용기가 생겼달까요.

테슬라의 창업자인 일론 머스크는 내면으로 깊이 파고드는 사람 중 한 명입니다. 그는 종종 자신의 생각을 열기 위해 세상을 닫는다고 합니다. 어린 시절 학교에서 괴롭힘당하고 친구가 없었지만, 대신 혼자 생각할 시간이 많았습니다. 그는 다른 사람의 의견에 의존하기 보다는 어떤 사실이 참인지 파악한 후 의사결정을 내립니다. 이 사고방식을 유지함으로써 그는 전기차 산업과 에너지 산업에 이어, 항공 우주 산업에서도 혁신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세상과의 무한한 연결을 끊으면,

내가 속한 세계는 역설적으로 더 넓어집니다.

대자연의 경이로움

멋지게 포장하고 싶어 주절거렸지만, 히말라야의 경관은 말이 필요없습니다.

한 번 감상하시죠.

자, 그럼 현실로 돌아온 저는 어떨까요?

매사에 감사하고 항상 긍정적이..... ..면 좋겠지만 그렇지는 못합니다. 일상을 돌아보기는 커녕 앞만 보고 달리기 일쑤이고, 제 자신을 돌아보기보다는 넋나간채로 유투브를 보곤합니다. 한 번의 경험으로 사람이 바뀌는 건 영화에서나 가능한 일이죠. 아무래도 내공을 더 쌓아야 할 것 같습니다.

진짜 부유한 사람은 돈이 많은 사람이 아니라, 밤의 별 밑에서 경이로움에 소름이 돋는 사람이라고 합니다.생각해보면 히말라야에서 저는 매일 걸었습니다. 한국에서 저는 매일 일을 합니다. 본질은 같죠. 결국 반복되는 일상에서 행복을 결정하는 건 제몫입니다. 쏟아지는 별 아래에서 경이로움을 느꼈던 그 순간을 간직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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